홀로 선 양파 꽃을 어이 할까요.
지난가을 어느 날에 간절한 마음 더불어 심은 붉은 양파 모종 한 두럭
모진 겨울에 허접한 비닐 덮고도 실하게 자란 알알들 굵직굵직 영글더니
유월 들어 한 잎 두 잎 시들시들 갈색으로 수그러들어 수확기가 다 됐다.
오늘은 양파 수확 일주일 만에 궁금증과 기대를 한 껏 모아 텃밭에 들려서
뽑는 재미 신나는 마음 한 알 두 알 풍성하게 룰루랄라 쌓여만 가는데
갑자기 내 키보다 더 높은 양파 꽃이 단 한송이 전봇대처럼 허공에 솟아있다.
송알송알 꽃망울들 조롱조롱 한 움큼 전봇대 위에 올라있는 모습이
세초롬히 샛노란 수술 들어내고 활짝 깔깔대는 몇 개의 꽃송이들
허공에 푸른 하늘 흩어지는 구름 속에 조물조물 알콩달콩 참 곱기도 하다.
어찌 이리 홀로 서서 꽃봉오리 피워냈니. 희한하다. 궁금증이 샘물이다.
한참을 빙빙 돌며 만져도 보고 쓰다듬기도 하고 이 것 보라 소리도 친다.
씨알을 케어 낼까 씨앗을 받아볼까 어렵구나 갈팡질팡 농군의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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