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편 잡기장 한구절 255

잠실 주공5단지의 겨울 세콰이어

잠실주공5단지의 세콰이어 5그루를 발견하고 보이지 않던 하늘이 보인다. 꼭대기에 걸린 하늘은 사방으로 막이가 되었다 무엇으로 부터 어디로 부터 시작되든지 무한한 장막으로 널려있다. 여름에는 푸른 생기가 넘치는 잎에 가려 보이지않던 속내를 활짝 들어내니 살아온 삶의 가시가 너무나 뾰족하다. 세상시 일도 모르고 치받으며 뻗어오른 세콰이어의 품성 막장에 처한 인생의 모습으로 하늘을 찔러도 그저 나는 모르노라 하늘은 넓어서 그냥 할머니의 따뜻한 다독임이다. 앙상하게 벗겨진 채 내몰린 겨울 추위속에서 5섯그루의 세콰이어는 키자랑을 했어도 끝내는 도토리 키재기 한무리 되어 오단지 한구석에 올려다 보는 세쾨이어는 뭇사람의 눈에는 경이의 자태 12월의 어느날 하늘을 보며 잔가지로 수없이 써놓은 여름의 삶의 사연들을 되..

우두커니

우두커니 쓸쓸함과 찬란함으로 햇살에 한강 흐르는 물결이 반짝거립니다. 은빛 출렁거림이 기쁨을 어지럽히고 멀리 북한산 능선에는 그리움이 너울거립니다. 허무와 고독이 가슴을 열어젖히고 지켜보는 내 마음은 맑은 쓸쓸함으로 나의 기다림을 찾는 꽃님을 향해 눈을 감아봅니다.. 따뜻한 지난세월 강물처럼 차가운 지금 세월 강물처럼 이제는 남은 세월 우드커니 바라봅니다. 모든 세월을 강물따라 우드커니 내려다봅니다. -한강을 우드커니 내려다보는 어느날-

220706. 날쌘돌이 청설모-일자산에서

날쌘돌이 청설모 능선길에 구석진 곳 가지 위에 청설모가 먹느라고 정신없어 사람 기척 통 모르네 두 손을 꼭 움켜주고 아침 먹이 오물조물 뭐 그리도 맛있는지 입모양이 깜찍하다 날쌘돌이 청설모가 긴 꼬리는 석자라도 배고픈데 먹고 보자 두발 닫고 안 움직여 오늘따라 왕방울 눈 새 까만 눈 튀어 난 눈 의젓하게 반짝반짝 구슬처럼 영롱하다. 가슴팍에 하얀 털은 순백으로 눈부신데 저 놈 보소 가슴 아래 두 손 모아 공손하네 아침 식사 다 했나 봐 갸우뚱뚱 절레절레 여보 당신 누구시오 무슨 일로 여기 왔소 산새 소리 바람소리 이 산중에 속삭이고 너와 네가 말도 없이 주고받는 무언들이 오늘 오른 일자산에 끼가 되어 기쁘구나 이제라도 내가 가마 손님처럼 물러가마

220701. 간 밤 비바람에 쓸어진 거목이 길을 막고 있어

간 밤 비바람에 쓸어진 거목이 길을 막고 있어 어젯밤 장맛비 우뢰와 함께 쏟아지더니 새벽 밭에 가는 길에 상수리나무 꺾여서 신록의 생명이 거대하게 누워버렸다 밑둥치가 드러나고 나무는 녹색의 소리를 지른다. 측은한 마음 들어 나뭇잎들 만져주며 가여워지는데 연한 상수리 열매가 철딱서니 없이 어린 티를 토해낸다. 상수리의 여리디 여린 모습이 동그맣게 어린아이 뽀얀 속살을 들어내듯 어미의 쓰러짐도 모르고 해맑은 아침을 빚어낸다. 어이할까나 이제 곧 생명의 탯줄 고갈되려니 애 늙은이처럼 몸뚱이는 갈색으로 변해가리니 한 세월을 못하고 비바람에 버둥거리 듯 팔랑거리는 이파리들의 여린 몸짓이 애간장이 찢어지는 신록을 붙잡고 있다.

211222. 몽촌 토성길을 걷다보면 보이리다.

몽촌 토성길을 걷다보면 보이리다. 저만치 아래로 보이는 빈 의자 누군가 앉기 전에 나를 먼저 앉혀보시게 아마도 그대를 향한 따뜻한 햇살이 낙엽처럼 흩날리는 마음을 쓰다듬어 줄 거요 언덕 따라 솟아오른 길쭉한 칠지도 계단을 한 발 한 발 올라보시게 되돌아 서면 지나온 길 그림 흔적 없이 사라지고 가을 잔디 누런 잔디 까치 한 마리 그대의 친구 라오 나목이야 메마른 가지 뚝뚝 부러져도 젊을 적엔 당연지사 마음 쓸 것이 없었건만 이제 나도 나목 되니 동병상린 갸륵하고 아쉬워 새삼 누런 잔디에 검은 가지 앙상한 건 측은지심 이라오 토성길 거닐다가 사철 푸른 나무 대나무 보이거들랑 푸른 마음을 지긋이 눈에 담으시게 홀로 푸르자니 세상살이 눈에 띄어 시샘 반긴 눈총들 덩그러니 홀로 푸르러서 아픈 청춘 겨울 내내 더..

211222. 올림픽 공원 걷는 길에 까차 한 마리

올림픽 공원 걷는 길에 까차 한 마리 까치 한 마리 나도 한 사람 너와 나 사이에 숙명의 단절이 있다. 너는 까치 나는 사람 너와 나 유리창 넘어로 관심이 있다. 나는 너를 까치 한 마리 너는 나를 다가서면 안 되는 무엇 나는 너를 향하다 보니 건너지 못하는 강이 흐른다. 너는 나를 갸우뚱갸우뚱 뭔가를 궁금해한다 행여나 다가갈까 금단의 선을 챙긴다 해가 지는 이 노을에 올림픽공원에서 시간을 머물렀더니 까치 한 마리 나도 한 마리가 되어 눈치껏 서로의 무언의 이야기를 나눈다. 푸드덕거리는 날갯짓은 제발 너와 네가 함께하는 공멸의 행위란다.

211222. 올림픽 공원에서 석양에 보는 우리 동네

올림픽 공원에서 석양에 보는 우리 동네 벌써 몇년째인가? 우리 동네 들어선 저 높은 건물 서울 시내 어디가도 웬만해서 보이는 관성은 우리 동네 미련으로 마음자리를 차지했다. 오늘 따라 노을 녁에 향수마저 실루엣으로 흠뻑 젖어들었다 겨울나무 잔가지들이 하늘을 간지르고 버드나무 늘어진 가지들이 즐비하게 겨울 세필을 하늘 캔바스에 그어댄다. 바람은 잦아들어 흔들림은 사라지고 요가하는마음으로 온천하 좌중했다. 황혼의 노을빛이 은은하게 널려있는 하늘 들판에 내가 살아온 수십여년이 저 건물 아래 머리카락 보일라 꼭꼭 숨었다. 저물어가는 해질녁에 울컥거리는 한 세월 잠실녁의 하늘이 새롭다. 그냥 그냥 그렇게 지우지 못할 그림들 아름답게 만족하리 어떻든 내 것이라. 호접지몽이니 내가 네고 네가 나이리라. 우리 동네 저..

220630. 장마 틈새 물방울들 보고 싶은 마음은.

장마 틈에 물방울들 보고 싶은 마음은. 장맛비가 잠깐 들숨 쉬는 사이 회색 구름과 푸른 하늘이 토닥거린다. 문득 방울들이 눈앞에 반짝거린다. 옥구슬 영롱 물방울 방울 방울 보고 싶은 마음 머리에 이고 휴대폰 카메라 목에 걸고 청산의 동굴로 들어간다. 차창 앞 유리창에 송알 송알 오토바이 백미러에 뚝뚝뚝 풀 잎에 물방울 줄줄이 사탕 나뭇잎 끝에 간신히 대롱대롱 도심의 오염을 씻어 내린 나를 감싸는 커튼은 푸른색 폭포수의 포말이 일고 불꽃놀이 터지려는 순간에 서서 찰칵 소리는 풍선 터지는 소리 쭉 빠져가는 바람 소리에 세상 오물은 모두 사그라진다. 이제는 하늘에는 잿빛 구름이 파란 하늘을 아프게 두드린다.

220626. 비바람에 억울한 나뭇잎들은 초라하기만

비바람에 억울한 나뭇잎들은 초라하기만 비바람에 찢어진 나무 잎이 심란하다 너절하게 잎도 떨어지고 찢어지고 가지는 부러지고 밝은 녹색 이파리 유난히 빛을 낸다. 세파에 시달리는 인간사가. 전쟁의 난데없는 비극 아래 민초들은 벌거 벗겼다. 토해내는 아우성이 너무도 애절하다 살아야 하는 길 위에서 삶의 노정에서 억울하게 울어야만 하는 떨거지 나뭇잎들이 볼 품 없이 고통을 뿜어내는데 길 가는 이 아무도 눈 길도 없다. 아파서 울고 억울해서 울고 거대한 힘에 저항의 여지도 없이 가슴만 치고 땅을 쳐야만 하는 비바람의 전쟁터에서 하늘님의 삶은 망가지고 부서지고 께지고 있다.

211222. 풍선을 매달려 하늘을 날자

풍선을 매달려 하늘을 날자 풍선을 허리에 매달아 보자 하늘은 우리집 마당이 된다. 나무도 푸르게 부풀어 날개달린다. 풍선에 마음을 매달아 보자 대지는 우리의 운동장이다. 하늘도 마음이 뛰노는 잔디밭이다 풍선에 기쁨을 가득 불어나 보자 온 땅과 하늘이 함께 웃는다. 풍선은 너울너울 즐거워 춤을 추리라. 오리도 풍선에 매달려 하늘을 난다. 우리 집도 대롱대롱 하늘거린다. 난다 난다 하늘을 난다. 내 기분도 즐거워서 하늘을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