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편 잡기장 한구절

201127. 의자는 홀로되어 쓸쓸한 고독이 자리잡았네.-일자산

나그네수복 2022. 2. 20. 06:33

 

 

일자산 어린이 학습장의 낙엽과 의자

 

햇볕 따사로운 어느 봄날에

뿌리로 부터 솟구치는 진액은 세상에 나를 밀어보냈고

보드라운 솜털 몽글거리는 연두색 해맑은 웃음을 띄며

해를 향하여 말간 봉우리 얼굴을 내밀었다.

처음으로 의자는 나의 친구가 되었다.

의자는 아이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싱그러운 풀 냄세가 흩날리는  늦은 봄날에

햇님이 쏟아내린 햇살은 나를 무럭무럭 자라게 했고

보들보들 이슬비는 온몸을 간지르는 즐거운 몸부림

새들과 첫 대면의 고개를 끄덕였다.

의자는 둘도 없는 막역한 나의 친구였다

의자는 아이들을 어서오라 반가워했다

 

비바람 몇날이고 어두운 어느 여름날

신록을 입고 부지런한 매미를 불러들여 쾌재를 즐기고

익어가는 여름 한낮 짙어가는 햇살을 차양질 했지

사람들은 가쁜 쉼 몰아쉬며 그늘을 부채질

의자는 사람들의 평온한 쉼터였다.

의자는 정담 한담 덩달아 더불어 즐거웠지.

 

기침소리 차갑게 목젖 쿨럭이는 늦가을

지쳐버린 활기는 갈색되어 덩그렁 덩그렁 바람에 흔들거리고

다시는 오르지 못하는 진액에 지쳐 살갗마져 꺼칠해졌지

우수수 쏟아지는 낙엽이 되어 쌓여만 가고

의자를 비워두고 사람들은 들어 앉았네

의자는 홀로되어 쓸쓸한 고독이 자리잡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