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편 잡기장 한구절

201108. 이생폭망 보려니 정말 미안스럽다.-당근 재배기

나그네수복 2022. 2. 13. 09:52

 

당근재배기

 

삼사십여평의 일자산 텃밭은 이제 몇년 째인지 기억도 없다.

쌈채소를 기본으로 가꾸어본 작물은 어림으로 수십여가지

틈만나면 시간배분은 무었보다 텃밭에 우선의 가치를 두었다.

작년의 고구마 재배는 줄기와 잎만 무성하고 씨알은 전무

옆터 앞터 뒷터 모두다 그러하니 내 잘못은 아닌것 같았는데

기후 탓을 하다보니 참으로 놀라운 자연생태 기적이었다.

 

금년에는 처음으로 당근재배를 벼르던 작심을 하고

일천원짜리 고운 사진을 안은 씨앗을 가볍게 한봉지 사서

밭 두럭에 고랑을 손가락으로 그어서  퇴비를 잔뜩 부은뒤

씨앗을 엄지 검지 손가락으로 비비듯이 조심을 다해

고루고루 올린다음 고운 거름흙을 살짝 덮어주었다.

발아를 걱정하며 조리개로 듬뿍 물을 적셔주었다.

 

이제나 올라오나 저제나 올라오나 움트기를 기다리는 성급한 마음

오나 가나 들여다보며 가끔씩은 물뿌리개 손에 들었다.

초심과 달리 얼마동안 깜빡 잊어버렸다 다른 농사 겹치다보니

아차 싶어 어느날 들여다보니 신기해라 파릇파릇 비집고 올라온 생명들

애기손보다 보들보들 연두색 고운 님들은 수북히 손고랑을 가득채웠다.

반가워서 기쁘고 즐거운 마음은 머리 꼭두에 올라섰다.

 

당근 씨앗 싹트기가 어렵다는 말, 마음 한 구석에 걱정거리였는데 

이제 보니 숨막혀서 넓은 땅에 당근 곱게 자랄 여유가 없네.

바람길 숨길 터주려고 고운 몸 부러질세라 조심거려라

이곳 저곳 넓찍하게 옮겨심거라.

강렬한 성장의 고통은 너의 몫이다.

 

열심히 자라거라 어느덧 결실

놀래라 이게 네 예쁜 모습은 이게 아닌데

고통은 심술이 되어 지 몸뚱이 자해를 했구나

줄기하나 뿌리 두개 망칙한 모습들 너도 나도 들어내는데 

궁금해서 책에다 물어보니 이식하지 말란다. 찌부퉁 심술부린다.

이식이라는 애달품이 그렇게도 싫었나? 이생폭망 보려니 정말 미안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