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이 흐르는 곳에 꽃잎은 지고
춘사월 벚꽃은 자신만만하게 화려했다
온 세상에 새하늘을 밝히고 꽃의 향기는 짙어만 갔다.
조여들기만 했던 추위의 떨림은 벗어버린 외투가 되어 옷장 구석에 내쳐지고
아파트 가로수들은 거칠어진 가지에 겨울의 아픈 기억을 털어버렸다.
한 세상을 안타깝게 쏟아버렸다.
간밤에 불어 재낀 시샘 바람은 사정없이 꽃잎을 꽃비로 만들고
생의 마감을 슬퍼하는 눈물을 한정 없이 쏟아냈다.
하얀 목련 붉은 목련은 눈물에 젖어 처참하게 썩어가는 몰골이 처량하다.
삶의 발자국 마냥 처절한 슬픔으로 어지럽게 널려있다,
비틀거리는 흔적이 되어 쭈굴어든 주름살의 슬픔이 바늘이 되어 찌른다.
흘러내린 눈물속에 한 세상을 맡겨버렸다
바람 따라 날리고 쌓이고 애처로이 삶을 흘려버렸다.
긴 밤에 눈물 흐르는 소리는 진드기처럼 생을 물고 늘어졌어도
벚꽃 이파리들은 하소연도 못하고 화관을 빼앗기고 버려지는 낙화 되었다.
봄날에 방울방울 눈물 따라 벚꽃 잎 날개들은 원망 가득한 아쉬움으로 쌓이고
뚝뚝 떨어지는 사나이 눈물방울처럼 가슴 맺힌 슬픔에 젖어들었다.
봄날 시샘 비바람에 삶을 잃어버린 꽃잎들은 슬픈 눈물을 머금었다.
"삶은 탁한 강물 속에 빛나는 푸른 하늘처럼 괴롭고 견디기 어려운 것
송진 타는 여름 머나먼 철길 따라 그리고 삶은 떠나가는 것"
-김지하-
"어디에 와 있는 것이냐
나는 살아 있는 것이냐
무딘 느낌과 예리한 어둠이 맞서
섞이지 않는다 부딪히지도 않는다
또다시 시퍼런 새벽이 온다"
-김지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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