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편 잡기장 한구절

210702. 몸짓은 독수리의 비상처럼 용기를 가득 실었다.-잠실주공5단지

나그네수복 2022. 3. 3. 07:49

 

 

거실 밖의 잔디밭은

 

칙칙한 실내의 답답함이 찌푸둥 하게 온 몸에 먼지처럼 달라붙었다.

털어내고 싶은 간절함으로 거실 창에 늘어진 블라인드를 걷고 창문을 열었다.

창 하나의 경계선은 드르륵 굴러가는 도르래 소리로 스스럼없이 무너져 내렸다

밀려 들어오는 상큼한 풀냄새와 짝을 이룬 햇살이 거침없이 개선문을 들어선다.

와우~`초록빛 바다!! 배달부가 전해주는 소식도 없이 밀물처럼 흘러들었다.

살아있다는 증명서가 거실 밖 뜨락에 한 장의 합격증처럼 활짝 펼쳐있다

하얗게 피어있는 들꽃들은 밤에 핀 메밀꽃 들판처럼 발광하는 찬란함의 문신이다.

까치는 초록 바다에서 까만 몸짓으로 즐거워라 오락가락 헤엄을 치고

멀리 서는 하얀 포말이 행여나 넘을세라 범치 못할 경계선을 이루고 있다

창밖의 자연스러움은 쏟아져내리는 폭포수 아래 좌선처럼 잡념을 두드려댄다.

소리를 얻으려고 외침을 질러대고 싶다면 그건 속세를 떨쳐버리라는 위로의 희열

두 팔을 하늘로 쭉 피워내는 몸짓은 독수리의 비상처럼 용기를 가득 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