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외편 잡기장 한구절

이해할 수가.180412 산토리니 굴뚝들은 다소곳이 차려입고

나그네수복 2020. 10. 6. 11:17

 

초가지붕의 처마 옆 토담에서 모락거리는 연기는

밭에서 땅파고 씨뿌리고 돌아오는 농부아니고서야 

어찌 흔들거리며 피어오르는 향수의 노래를 이해할 수가.

 

교실 한켠에 길다랗게 빼어낸 양철 굴뚝의 온기는

난로위에 듬뿍 쌓인 도시락을 먹어본이 아니고서야

어찌 살갗에 스며드는 따뜻함의 고마움을 이해할 수가.

 

개웃거리며 살짝 내어민 굴뚝 앙징스러운 예쁜짓은

산토리니 경사진 길 오르내리며 걸어본이 아니고서야

어찌 단촐하게 치장한 몸차림의 아름다움을 이해할 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