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수사의 무대 위에 올라서보니.
멀리는 오중탑의 빨간색 한 방이 수풀 속에서 우뚝 솟아올랐는데
가느다란 오솔길에 사람들이 지렁이처럼 느릿느릿
멀리는 안갯속에 교토가 흐물거리고
저 아래 끝없이 떨어지는 청수사의 물줄기는
처마 끝으로 모여들어 사람들의 소원을 나른다.
어떤 부처님이 법당 안에 좌정하여 계신지
너무도 많은 사람들이 고집을 부려 도저히 범접이 안돼
지쳐버린 포기를 몸에 두르고 이곳저곳 눈길을 나누어본다.
12kg의 게다 신발에 2미터 60센티 90킬로그램 석장
옛날의 이야기를 터무니없이 품었다.
이 무거운 신발을 신고 이 무거운 지팡이 들고 스님들이 수도를 했다고?
통 큰 구라 앞에서 사람들은 재미있게 속아주려나.
웃겨주는 얄팍함에 웃어주려나.
무대 위에 막간의 즐거운 놀이이려나.
들어보는 무게 앞에 흐린 안개가 시야를 가리는 무대 위에는
이런저런 관중들이 나름 나름 들떠서 역할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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