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 죽림동 성당에서.
가게들만이 와글거리던 춘천 중앙시장을 나와
꺽어지른 오르막길
언덕위에 떠 오르는 난데없이 감치는 풍경
마치 가야할 파라다이스처럼 멀치감치.
건물 아래 검은 굴다리는 나를 빨아들인다.
간결 명징한 종탑과 활짝벌린 예수의 품앗이
보는 이들에게 평안을 뿌리고 있다.
들어서는 길 사쁜하다.
푸릇푸릇 어린 잔디는 께끔한데
종머리의 삼각뿔 사각창 창공에 비어있어
이 마음도 깃털처럼 따라 가벼우니
하늘향한 세개의 조그만 십자가 소담하기 그지없다.
중문밖 빼꼼이 올라서는 누군가의 윗몸이 경건하다.
평화의 안식을 주소서
뒷뜰 순교자 무덤 벽에서 뿜어내는
검정색 기도들이 엄정하고 숙연하다.
뜻밖의 죽림성당에서 객의 심란한 마음은
단아하고 정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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