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편 잡기장 한구절

210906. 잠실 철교에 올라서서 새벽 찬가를 노래한다.

나그네수복 2022. 3. 21. 06:45

 

 

잠실철교에 올라서서 새벽찬가를 노래한다.

 

낮과 밤이 교차하는 이 시간에 철교를 건너는 사람은 없다.

밤을 밀어내는 전철 소리는 수 분마다 밀물처럼 반복한다.

검단산 쪽에서 동트는 햇살이 회색빛 구름 위에 뿌려지기 시작하고

잠을 깬 강물은 황홀하여 눈 비비며 기지개다

새벽 하늘 파란 도화지는 흥겨운 색들에 취하기 시작한다.

납작붓으로 좌악 그어지는 힘찬 붓질에

생생한 오방색이 애벌레처럼 꿈틀거린다.

텅 빈 하늘을 채워가는 물감들은 아파트를 검게 스케치 하고

붕실거리는 구름의 질감은 공작새의 날갯짓처럼 활짝 펼친다.

곱게 잠을 자던 한강도 돌 아가의 볼처럼 붉으스레 물들고

누구도 깨우고 싶지 않은 애증의 미소를 짓는다.

잠실철교를 낮과 밤사이의 추를 달고 새벽길을 걷는다는 것은

번민 속에서 헤매는 인간의 고뇌에다 하루의 색동옷을 입히는 일이다.

어두움을 밀어내고 동트는 희망의 함성을 질러내는 일이다.

보라 새 하늘과 새 땅이 다가오고 있으니

생기를 폐까지 흠뻑 들이마시고 두 팔을 활짝 펴고 도전의 만세를 외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