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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당 의자에서 꺼낸 이야기
몽당 나무 의자와 몽당 야외 식탁 위에 아이들의 이야기가 남겨있다.
클로버 이파리들의 널려있는 웃음소리들
연보라 꽃 한 묶음도 곱게 묶여 의자 위에서 소녀의 꿈으로 피어올랐다.
연두색 페인트칠은 타잔의 북소리처럼 어린 심장들을 두드려댔다.
물끄러미 응시하던 노인의 눈동자 속에서
소꿉놀이 시절의 산까치 놀이가 회상을 건드린다.
밀대를 가지런이 잘라 만든 산까치를 쥔 주먹에
간질거리는 산까지의 느낌은 지금도 선연하다.
매끌매끌 반질 반질 한 움큼 세웠다가는 주먹피고 놓아버리곤
쌓여있는 더미를 행여나 건드릴까 한 까치씩 들어내는 긴장 속의 환호성들
누런 기름종이 장판위에서 무릎 꿇고 엎드린 소망들
몽당 테이블 위에서 아이들의 재미는 무르익었다.
목련꽃 그늘 아래 오늘따라 인적이 없는 동네 공원 놀이터
뜬금없이 노인네라 자처하며 바랜 세월을 찾아
나이테를 덮어버린 연두색 페인트를 뒤집어내고
한평생을 무너뜨린 허무한 몰골이 되어 상념 속을 들어 다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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