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블리스 오블리제
작품이건 건물이건 부지건 한결같이 L.A 부호나 시민들의 기증이라는 이 곳
널찍한 안뜰은 야자나무의 허허로움이 창공을 허공으로 가득채운다.
단 하나 알맹이라면 길게 뻗은 축대위 양다리걸친 "공중에 뜬 바윗덩어리"
이름이 부끄럽다. 이게 어찌 공중에 떠 있는건가?
땅을 파낸거지. 땅에 걸쳐있는거지.
태고적 인간들의 신앙으로 이루어진 고인돌 종교는 물질적 기술로 변해버렸다.
받침돌, 덮개돌, 구룸나무, 시맨트, 바위덩어리,거대한 트럭
이 바위 170킬로미터 운반에는 엄청난 돈과 기술과 시간
이제보니 우리 어렸을 적 시골에는 큰 바위들이 여기저기
동네 당산나무 그늘에 자리한 큰 바위도 고인돌이라했고
대산리 윗당산 넙적바위는 아이들의 놀이터
오르락 내리락 공기놀이 고늬놀이 가위바위보 생생한 파노라마다
현대판 L.A 도심의 고인돌과 고향의 태고적 고인돌은 나와 내 어린시절의 하모니가 되었다.
LACMA의 뒤뜰에는 무려 340t이나 되는 돌 작품이 설치돼 있다. 마이클 하이저(Michael Heizer)의 ‘공중에 뜬 바윗덩어리(Levitated Mass)’다. 대형 콘크리트 참호 위에 얹혀 있어 옆에서도, 참호 속으로 내려가 밑에서도 올려볼 수 있다. 이 작품은 2012년에 설치됐는데, 예술계의 지대한 관심을 받았다. 그 규모와 난해성 때문이다. 하이저는 자기 작품에 대해 어떤 설명도 하지 않는 인물. 이 작품에 대해서도 설명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 작품의 크기와 영원성은 강조했다. 적어도 3500년은 갈 거라고 했다.
하이저가 이런 작품을 처음 구상한 것은 196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러나 크레인이 부러지는 등 난관을 극복하지 못했다. 그런데 2006년 캘리포니아 리버사이드 카운티의 주루파 계곡 채석장에서 우연히 이 돌을 발견했다. 크기와 무게로 볼 때 채석하기가 쉽지 않았고, 더군다나 LACMA까지 옮기는 것은 거의 불가능했다. 하지만 LACMA는 이를 결행하기로 했다. 이 작업을 위해 민간 기부자들로부터 1000만 달러를 모금했다.
2011년 8월 운송 계획이 나왔지만 여러 가지 어려움으로 계속 연기되다가 마침내 이듬해 2월 이 돌이 채석장을 출발했다. 특별 제작된 운송차량은 밤에만 움직였고, 한 시간에 10km만 이동했다. 채석장에서 LACMA까지는 100km 남짓한데 4개 카운티의 22개 도시를 우회하느라 이송거리는 170km로 늘어났다. 수많은 그루의 나무를 잘라내고 길가의 차를 옮기고, 신호등을 일시 철거했다. 이송하는 길에 구경꾼이 구름처럼 몰렸고, 운송차가 정차하는 곳에서는 파티가 열리고 결혼식도 치러졌다.
돌은 LACMA에 도착했다. 뒤뜰에 설치하는 데도 다시 3개월이 걸렸다. 6월 24일 드디어 설치가 완료돼 일반인에게 공개됐다. 이 ‘황당한’ 설치 과정은 기록영화로 만들어져 2014년 9월 LA에서 상영됐다.
하이저는 대규모 조각을 만드는 초현대 작가다. 그의 작품 활동은 땅 위에서 벌어지는 토목공사와 같아 그의 예술을 지구예술(earth art) 또는 대지예술(land art)이라고 한다. 그는 현재 네바다의 하이코에서 땅을 파면서 예술 활동을 하고 있다.
shindonga.donga.com/3/all/13/522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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