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외편 잡기장 한구절

170807. 주인공이 되어 목가의 날개를 달았다.-토스카나 여행중

나그네수복 2021. 11. 25. 06:38

 

토스카나 능선 마을에서 열리는 장터에 들러

 

대한민국의 야산 능선은 온갖 수목이 우거져서 오를 수 없는 미로

이탈리아의 야산 능선은 고성들과 마을이 비쭉거리는 목가의 초원

 

아침 후 토스카나의 농부 아주머니는 읍내 장날이라 동행하자고

자동차는 구릉 사이를 갈지자로 헤매다 올라선 읍내 장터란 

큰 길가에 늘어선 차양친 임시 점포들 아마도 일 킬로는 족히 되겠다

한쪽 끝자락 어린이 놀이터 커다란 소나무 아래 그네 휘청거리고

이끼 오랜 조그만 연못 하나 중심에는 읍내 상징물이 추레한 고풍이다

둘러선 벤치에는 할아버지 할머니 따뜻한 햇살에 목욕 중이다.

 

상관도 없는 널린 상품들 낯섦과 익숙함이 반가움과 생소함으로

사람들의 표정과 몸짓은 순창 장날 어렸을 적과 다름이 없다.

여기도 사람 사는 곳이다. 내가 사는 곳이다. 어우러지는 곳이다.

이방인 되어 한길 따라 느릿느릿 거닐다 보니 토스카나의 구릉들은

올리브와 포도나무의 평원이 첩첩으로 밀려드는 파도의 움직임이다

비로소 나는 구릉 위의 장터에서 주인공이 되어 목가의 날개를 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