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외편 잡기장 한구절

170803.꽈리틀고 덕지덕지 꿈틀거린다-당일치기 뤼백 회고

나그네수복 2021. 10. 5. 10:19

 

당일치기 뤼백을 회상하며

 

중세 발틱해변의 도시 뤼백의 건물들을 돌이켜 보다가

딸의 소개로 인사나누었던 러시아여인의 모습을 생각하다가

관광객들로 북적거리는 뒷골목을 그려보다가

마리안느 교회의 피흘리는 십자가의 군상들의 엄숙 참혹한 기분

아기자기한 좁다란 중세의 닳아 번쩍거리는 자갈골목길을 걸어보다가

시장 한모퉁이에서 건물들의 뾰좁탑의 개수를 헤아리다가

다리 건널목을 지키는 천사의 모습을 떠올리다가

홀스텐문의 아름다운 원뿔박물관을 궁금해하다가 잠이 들었다.

 

나는 쉴틈도 없이 무섭게 쫓기고 있었다. 놓치지 않으려 쫓고 있었다.

나는 쫓는 사람도 되었다가 쫓기는 사람도 되버리는 희한한 상황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가상현실속에서 늪바닥으로 빠져들고 있었다.

산속으로 피하면 산속으로 거침없이 따라가고 

숲속으로 다람쥐 날르듯 도망치면 숲속으로 날개달고 달려가고

숨박꼭질하듯 건물속으로 숨어들면 술레잡듯 찾아나선다.

끈질긴 도망과 추격이 숨가쁘게 계속되다가

이도 저도 아니게 꿈은 사라졌다.  진땀이 온몸에 질떡거렸다.

 

이루지 못한 꿈덩어리들 꽈리틀고 덕지덕지 꿈틀거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