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각사 정원을 한 바퀴 걸으면서 드는 생각은
대웅보전도 없다
삼층석탑도 없다
고행을 재촉하는 계단도 없다
일주문도 없다.
스님의 목탁소리는 흔적도 없다.
그런데도 은각사라는 사찰이란다.
입장권은 부적으로 만들어 잡신의 가호를 구한다.
사찰의 위엄은 부처님의 법어는 어딘가로 술레 숨었다.
고요한 정적만이 절을 지배하고
숲과 나무와 연못과 고색이 창연한 푸르뎅뎅한 이끼
앙증맞은 돌 섬 하나 그리고 외골수 돌 다리 하나
소박한 몸차림 소소한 검은 갈색
달랑 하나 외골수 관음전
협시 보살 삼존불도 아니라는 관음보살 좌정하셨다는데
길은 오솔길 갈지자로 따라 걷노라면
저절로 나는 나무가 되고 물이 되고 이끼로 변할 터.
사람은 무엇인가 나는 무엇이고 숲은 무엇인가
모두가 이 뭐꼬 화두를 잡고
아마도 관음전에서 어떤 머리 기른 선 스님 한 분은
창문을 내다보다 보며 깊은 생각에 잠기다가
이내 은각사 오솔길 한걸음 두 걸음 번민을 달래며 끝없이 걷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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