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각사에서 이끼는 고행의 탄생이다.
"혼돈하고 공허하며 흑암이 깊음 위에 있고"
미묘한 한 구절이 카오스의 확률 없는 질서를 깨운다.
물이 있는 곳에 밝아진 기쁨은 동녁에 떠오르는 햇볕이다.
바위가 있는 곳에 기어오르는 도룡농은 태초의 모습으로 눈까풀을 껌벅거린다.
썩어가는 고목에서 태어나는 애벌레는 생명을 상으로 받았다.
빅뱅을 향하여 똘똘 뭉쳐진 실타래가 줄줄이 풀린다.
궁굴어가는 것은 우주이고 만들어지는 것은 푸르른 숲의 꿈꾸려는 아바타 풍경이다.
숲은 땅과 하늘을 만들고 나무들은 생명을 분수처럼 쏟아낸다.
음침한 산골짜기에서 졸졸거리며 물은 흘러내린다.
골짜기를 타고 운동장에서 뛰노는 아이가 되어 몹쓸 놈의 돌에 맞는다.
목초지는 삶이 자라 푸르러만 가는데 양들은 혓바닥으로 사랑을 더듬는다.
수 만년은 못되어도 수 백년은 익히 익어가는 꼬깜이 되어 달기만 하다.
부러진 고목을 타고오르는 어두운 숨 고르기는 내일도 모레도 이어 갈게다.
그리고 아파가는 눈물이 모이고 모여 샘물로 솟아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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