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외편 잡기장 한구절

야밤에 야사카 신사를 돌아본다는 것은.-일본 교토

나그네수복 2022. 5. 27. 06:00

 

 

 

야밤에 야사카 신사를 돌아본다는 것은

 

깊은 밤 야사카 신사는 빛이 춤추는 교토가 아니다

흐릿한 조명 불빛은 붉은색 기둥들을 더 붉게 들어내고

칠흑의 어둠 속에는 신라에서 건너왔다 전해지는 신들이 

펄럭이며 유영을 하는 깊은 어둠의 바다가 모질게 검다.

 

절도 아닌 것이 신주를 모시는 사당도 아닌 것이

그 옛날 조상 신에게 길흉을 고한다는 선연한 붉은 소리

여기저기에 매달린 소원들은 저마다 사연들 가득하고

늘어뜨린 동아줄에 애걸하는 마음이 모질게 섬찟하다

 

야밤에 돌아보는 야사카 신사에는 낯선 혼령이 있어

동떨어진 섬나라 사람들 기구는 민낯의 삶의 파편들

도심의 불빛조차 침범을 못하는 금단의 고추 달린 금줄에

솟구치는 머릿발은 이상스런 두려움으로 쭈빛거려 기괴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