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비야 대성당의 히랄다 탑에 올라.
많기도 하다,
빙빙 돌아가며 매어달린 종들의 수가 28개.
느닷없는 종소리가 온 몸에 전율을 일으킨다.
때 맟춰 순간 비바람도 몰아쳤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징징거린다.
좌충우돌 종의 몸뚱이와 때려대는 해머가
검은색이어서 더욱 뼈저리게 아프다.
대성당 히랄다 종탑은 이렇게 세월이었다.
사각진 이슬람 탑위에 뾰쭉한 카톨릭종루가 올라있다.
널찍한 종루길 높아만 가는 길을
너도 나도 비켜가며 올라가면서
창문에는 세고비아의 곧바른 지평선이 한줄이다.
흐릿한 하늘이 일직선으로 절반인데 산이 없다.
컬럼버스의 황금으로 산을 만들었다는 이 동네는
나지막히 주저앉은 풍경만이 서늘하다.
발아랜 퇴색으로 낡은 이끼 가득하고
대성당의 옛 향기 피어내는 지붕들이 아롱다롱
부지런히 오락가락 거리의 인간들은
조그매서 사람 아닌 공간속의 움직이는 인테리어다.
사람과 성당은 의미없이 이 순간을 정지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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