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외편 잡기장 한구절

누구도 수그릴뿐 얼굴들어 감히 마주 설 수 없으리라.190420-그라나다 알하브라

나그네수복 2020. 1. 14. 10:54






알람브라 나스리 궁전에서.


휘몰아치는 아라베스크에 정신이 혼미해진다.

나에게도 드디어 영혼의 영감이 울리려나

어쩌면 감동이 넘쳐서 신기가  내릴려나.

어느 곳에서 이런 속알이를 쏟아낼 수 있겠나.


무수히 많아서 끝없이 반복되어 영겁이 덮치는듯

덤덤한 형해와 뼈만 앙상거리는 잔해들은 

밀려오는 떨림으로  두근두근

번들거렸든 옛 광채는 허공에 날려버렸건만

퇴색해버린 잔영에도 숨과 감탄의 소리들은 끝이 없어라.


그라나다의 궁궐에서 그래 나다 자긍심은 오로지 외골수

누구도 수그릴뿐 얼굴들어 감히 마주 설 수 없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