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낮을 날고 한밤을 또 날고난 새벽
태평양을 건너는 지루한 이코노미석의 비좁은 공간은
마음과 육체를 옭아매는 감당하기 어려운 동아줄이었다.
몇차례 기내 앞뒤를 순방하며 허리 다리운동을 하고
몇번이고 두뇌를 짜증나게 하는 TV화면을 뒤척여도 보고
이어폰도 귀속에 꽃아 MP3뽕짝가요도 들어보고
좌석 기대어 잠도 취해보려 눔을 감아보려하지만
시공간에 얽어매인 좁아져버린 답답함은 백약이 무효이다.
멀리서 붉은 동녁이 선명하게 밝아오는 곳에
드디어 로스안젤레스의 새벽위에 날개를 출렁거린다.
도열하듯 죽죽 벋어내린 도로들은 환영의 제식이다.
멀리 해안가로 보이는 LA의 베니스 해변의
각진 운하와 요트들 지난날의 반가움 정이 번쩍 솟구친다.
붉은 햇볕에 비행기의 하얀 날개가 유난히 편코 부드러운건
한밤 한낯 격어낸 장대한 태평양 괴로움때문이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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