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편 잡기장 한구절

220701. 간 밤 비바람에 쓸어진 거목이 길을 막고 있어

나그네수복 2022. 7. 28. 09:03

 

 

간 밤 비바람에 쓸어진 거목이  길을 막고 있어

 

어젯밤 장맛비 우뢰와  함께 쏟아지더니

새벽 밭에 가는 길에 상수리나무 꺾여서

신록의 생명이 거대하게 누워버렸다

밑둥치가 드러나고 나무는 녹색의 소리를 지른다.

측은한 마음 들어 나뭇잎들 만져주며 가여워지는데

연한 상수리 열매가 철딱서니 없이 어린 티를 토해낸다.

 

상수리의 여리디 여린 모습이

동그맣게 어린아이 뽀얀 속살을 들어내듯

어미의 쓰러짐도 모르고 해맑은 아침을 빚어낸다.

어이할까나 이제 곧 생명의 탯줄 고갈되려니 

애 늙은이처럼 몸뚱이는 갈색으로 변해가리니

한 세월을 못하고 비바람에 버둥거리 듯 

팔랑거리는 이파리들의 여린 몸짓이

애간장이 찢어지는 신록을 붙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