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외편 잡기장 한구절

170812. 이 방에서 미련 남겨두고 남모르게 벗어나자.-바티칸 박물관.

나그네수복 2022. 3. 10. 07:27

 

라파엘의 서명의 방에서 

 

아테네 학당은 철학이요

성체 논쟁은 신학이요

파르나소스는 예술 논쟁이란다.

라파엘로 산치의 방들 중 서명의 방.

던져지는 질문 아래 하나하나 뜯어보려면 하세월이라.

책상 하나 가져다 놓고 서재하나 차려놓고 머리띠 질끈 매고

이 책 저 책 뒤져봐야 광맥이라도 잡으려나.

누천년의 인류의 지혜가 이 방에 그림으로 가득 차고 넘치니

대양에서 흔들리는 돛단배 신세가 달리 없다.

잠깐 동안 서성이며 장님 코끼리 다리 만지는 기쁨도 몽매의 희열이라.

현란한 그림 속의 몸짓들은 인류의 사상과 인문의 회복이다.

어쭙잖게 귀동냥 들은 풍월도 괜히 자만스럽다.

르네상스 3대 거장 라파엘로의 교과서 그림 방에서

하늘을 가리키는 플라톤의 손가락

땅바닥을 향하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손바닥은

이상과 현실로 갈라지는 인류의 생각은 비극일까 희극일까? 

선택할 수 없는 갈림길의 선택이다.

다시 한번 고인 턱에 사람돌이 쏟아져 들어온다.

장터같이 엉켜버린 이 방에서 미련 남겨두고 남모르게 벗어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