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외편 잡기장 한구절

170808. 무심한 엑스트라 역할에 여전히 충성스럽다.-피렌체

나그네수복 2022. 1. 19. 08:00

 

린치 회랑의 페르세우스와 메두사에 대한 회고

 

란치 화랑 계단에 늘어 앉은 무료한 노인네들은

관객이 되어 무심히 유랑객들을 구경하며 꿈을  그린다.

더러는 지친 떠돌이도 노인 되어서

무심한 듯 다른 떠돌이들 주변을 떠돌기도 하겠지

그들은 란치 화랑의 신화 속에 섞여 들어서

영혼 없는 전설들의 엑스트라  진열품이다.

 

페르세우스의 손엔 메두사 머리만이 너무 참혹하다.

뚝뚝 떨어지는 핏방울까지

둘의 표정은 초월한듯 덤덤한 남남일 뿐인데

질투와 저주로 머리카락이 뱀이 되어버린 예쁜 처녀 메두사는

누구라도 쳐다보면 돌이 되어버린다는 메두사는

외손자가 죽이리라는 페르세우스를 향한 예언에 밀려

페르세우스의 아름다움을 향하려는 거울 유혹에 속아서 

꼼짝없이 목이 잘려 비극의 운명을 마감 지었다.

칼날의 끝은 날카롭고 뾰족하였다.

메두사는 감히 발악할 한 쪼가리 틈도 없었다.

메두사나 페르세우스나 비극을 향한 한 맺힌 일 막의 연극이 되었다.

짓밟힌 시체들은 삶의 허무로 차고 넘친다.

 

할 일 없는 노인네들은 무심한 엑스트라 역할에 여전히 충성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