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타 마리아 노빌레 회랑을 돌며
외관으로는 그저 우리식 중형교회
예상 밖이다. 이렇게 큰 회랑이 있을 줄은
회랑 옆으로 늘어서 있는 방과 방 강당들까지
켜켜이 감아도는 수도사들의 체취들
묵직하게 말과 소음 내리눌러 고요한데
벌어진 문틈 사이 빼꼼히 눈맟추면
번민 쌓인 묵은 냄새 청국장 고린내다
내딛는 걸음마다 앞장서는 수도사들
단아한 열주 기둥 우아한 천정 반원
늘어뜨린 승복 자락 묵주도는 통곡기도
수백 년 뒤 뒤따르니 흔적만도 감개무량
큼직한 벽 자그만 벽 강당 골방 천정까지
애기 옹알 프레스코 나그네는 덧칠한다
평생 지친 언어 고뇌 들추어 쑤셔본다
풍기는 건 그림일 뿐 아지랑이 혼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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