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 뒤 일자산에 오르다 버섯을 보고
폭우로 둘러친 감방 속에 갇혀서
꽁꽁 묶여버린 밪줄을 풀지 못하고
막다른 골목길 담장아래 서성거리다
오늘에야 빗장 빠져 하늘이 시원하구나
몰아쉬는 한숨에 답답함을 내어뱉으며
일자산 생경스런 싱싱함은 폐 속 깊이 찔려오는데
겁도 없이 대적할 방패가 없다. 완전 무장해제다
썩어가는 향내로 풀풀 거리는 고목은
온기 없는 초가집에 축 쳐 저버린 서까래
흘러내린 황토 담장 부슬부슬 무너지는데
용감무쌍 점령군 천재일우 바로 지금뿐이다
단 하나의 무기는 포자뿐이다 얼른 뿌려라
동물도 아닌 몸이 식물도 아닌 내가 별 볼 일 있느냐만
시체로부터의 승리는 나의 몫이다. 완전 생체 부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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