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르탈도 보카지오 골목길에서
체르탈도의 보카치오 골목에는 벽에 납작 붙어있는 벽화분들이 있다
창문이라고는 얼굴에 눈구멍만하고 넙덕한 벽체를 가졌건만
예쁘게 치솟아오른 속눈섭마냥 눈구멍마다 하나씩 벽화분 치받는데
심지어는 창문없는 맨 넙죽벽에도 줄지어 벽화분은 행인에 옛말을 소근거린다
풍상에 닳고 헐어 주저리 패어나가고 붉은 정열 식어버려 백발이 희끗거리건만
그 벽돌에 벽화분 헤어질세라 찰떡처럼 엉겨붙어 파뿌리 되어 살고지고
연인들의 굳은 약속 열쇠없는 자물통마냥 꼼짝없이 세월과 지쳐버린 싸랑중이다.
심지어는 골목길 모여드는 사거리 공터벽에도 둘들의 사랑싸움은 꽃이되어 질투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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