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종도 남단 수변공원의 이무기
메말라 붙은 수변공원 데크길을 홀로 헤쳐나가고 있다.
칙넝쿨도 줄줄이 뻗어 나와 길을 찾아 헤매는 나그네 촉감이다.
행인은 하나도 없고 나그네 홀로 휘적휘적 걷고 있다.
갇혀있던 흡족함이 다 빠져나가버리고
다시는 채워지지 않는 기다림이 개펄 위에 가득하다.
멀리 나란히 이어지는 해변 수목들이 손잡고 기다림을 불러대는 것 같다.
잠깐? 전설이다.
저기 하얗고 길게 늘어져있는 전설이 긴장을 솟구친다.
용이되지 못하고 삶에 쓰려진 이무기인가?
뿔과 꼬리와 몸통과 입
게다가 살 껍질 벗겨진 저 하얀 몸퉁이
메마른 물질에 견디다 못해 버둥거리다 하얗게 벗겨져버린
저 몸통이 전설이다.
긴 간절함이 지쳐있구나. 온통 벗어버린 체 형해의 모습으로.
나그네는 또 하나의 민낯을 본다. 싸우는 외로움을 본다.
만지지도 말고 가까이 가지도 말고 그냥 멀찍이
떨어진 눈으로 세상을 무심해지고 싶다.
그리고 텅 빈 마음을 즐긴다.
고달픈 생명을 경건함으로 담아본다.
'국내편 잡기장 한구절'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갯펄 건너 지평선에 걸친 영종대교는.-190925 (0) | 2019.09.27 |
---|---|
영종도 해변에 서있는 두 명의 낙싯꾼.-190925 (0) | 2019.09.27 |
영종도 선착장의 스피커 소리는.-190925 (0) | 2019.09.26 |
서울시립 남서울미술관 전시회에 갔다가.-190917 (0) | 2019.09.24 |
인천 자유공원 한미수교 100주년 기념탑.-190923 (0) | 2019.09.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