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편 잡기장 한구절

영종도 남단 수변공원의 이무기 .-190925

나그네수복 2019. 9. 27. 21:33

 

 

 

 

 

 

 

 

 

 

 

 

 

 

영종도 남단 수변공원의 이무기 

 

메말라 붙은 수변공원 데크길을 홀로 헤쳐나가고 있다.

칙넝쿨도 줄줄이 뻗어 나와 길을 찾아 헤매는 나그네 촉감이다.

행인은 하나도 없고 나그네 홀로 휘적휘적 걷고 있다.

갇혀있던 흡족함이 다 빠져나가버리고

다시는 채워지지 않는 기다림이 개펄 위에 가득하다.

멀리 나란히 이어지는 해변 수목들이 손잡고  기다림을 불러대는 것 같다.

 

잠깐?  전설이다.

저기 하얗고 길게 늘어져있는 전설이 긴장을 솟구친다.

용이되지 못하고 삶에 쓰려진 이무기인가?

뿔과 꼬리와 몸통과 입

게다가 살 껍질 벗겨진 저 하얀 몸퉁이

메마른 물질에 견디다 못해 버둥거리다 하얗게 벗겨져버린

저 몸통이 전설이다.

긴 간절함이 지쳐있구나. 온통 벗어버린 체 형해의 모습으로.

나그네는 또 하나의 민낯을 본다. 싸우는 외로움을 본다.

만지지도 말고 가까이 가지도 말고 그냥 멀찍이

떨어진 눈으로 세상을 무심해지고 싶다.

그리고 텅 빈 마음을 즐긴다. 

고달픈 생명을 경건함으로 담아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