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츠담역 구내 빵집에서 간단히 배를 채우고 소니센타로
소니센타의 주변풍경들
천막을 모티브로 짓고있다는 베를린 필 하모니 건물.
나그네 생각 : 4면이 거대한 통유리로 오픈된데다가 내부 받침기둥이 없다는 현대미술관의 건축양식을 관람하러 나섰다가
덤으로 폴메카시의 "THE BOX" 전을 구경하게 되었다. 기둥이 없는 거대한 정사각형 전시공간 중앙에 달랑 비뚤어진
사다리꼴형태의 큰 목조상자 딱2개를 전시해놓았다. 그리고선 전시회한다고 보러오라는 광고가 여늬 광고와 똑같이
진행중이란다. 생뚱맞고 볼것없고 어리둥절한 나는 궁금증으로 가득하다.
뭐지? 뭘까? 돌아가볼까? 기웃기웃? 조그만 방에 무슨 작업공구들이 가득차있네?
건물 지하에는 별도로 상설전시장이 운영되고 있었다.
Paul McCarthy의 1991년 작인 ‘The Box’가 베를린 현대미술관(Neue Nationalgalerie)에서 전시되고 있다. 가로 594, 세로 1666, 높이 404 cm 의 이 거대한 나무박스가 미술관 일층 홀에 덩그러니 놓여있고, 그 옆에는 몇 명의 경호원들이 박스를 들여다보는 관람객들을 감시하고 있다. 네모난 박스는 3000여개에 달하는 오브제들로 구성되어 있는데, 작가의 아뜰리에 혹은 그 누군가의 온전한 작업공간이 시계 반대방향으로 90도 돌아가 있는 모양이다. 즉 오른쪽 벽에 의자와 책상, 책꽂이를 비롯한 모든 것들이 바닥에 닿아있는 마냥 붙어있는 형상이다. 아쉽게도 이 비뚤어진 공간에 들어갈 수는 없고, 박스의 한 면에 나 있는 네모난 구멍으로만 이 아뜰리에를 구경할 수 있다. 그리고 McCarthy의 작품은 이게 다 이다. 미술관 1층의 광활한 로비에는 이 박스만이 덩그러니 놓여있고, 지하에는 상설전이 “나뉘어진 천국(A devided Heaven, Der Geteilte Himmel)”이라는 이름을 달고 열리고 있다. 재미있는 것은 사람들의 반응이다. 분명 미술관 홈페이지나, 브로셔에, 미술관 앞에 걸린 현수막에도 지금 Paul McCarthy의 전시와, 신소장품전(상설전)이 열리고 있다고 나와있다. 미술관 로비로 들어온 사람들은 이 박스를 보고, 박스를 에둘러 안을 볼 수 있는 면이 나올 때까지 걸어와 안을 들여다보고, 놀라워하며 사진을 한 장 찍고, 박스 말고 다른 작품이 더 없나 살펴보다가, 지하의 상설전을 보러 가거나, 밖으로 나간다.
뮤움닷컴 : 독일 특파원 - 김근하 (2012년 8월 11일) 기사중일부
McCarthy의 박스를 앞에 두고 눈을 번뜩이는 관람객, 우리 자신이 욕망하는 자의 모습이다. 박스 안에는 새로운 사실이, 새로운 세계가 펼쳐져 있기 때문에 우리는 궁금해 하고, 이를 욕망하며, 알고자 한다. 하지만 눈을 더 크게 뜨고, 발 뒤꿈치를 더 들고 본다고 해서 무언가가 더 잘 보이던가? 알지 못했던 새로운 사실이, 그 어떤 진실이, 환상적인 무엇인가가 우리에게 그저 다가오는가? 상자 안에는 다만 작가가 설치 해 놓은 90도 돌아간 세계가 있을 뿐이며, 우리가 그저 시각적으로(우리의 눈으로) 이를 욕망하기만 한다면, 새로울 것은 아무것도 없다. 즉 90도 돌아간 세계도 그저 비가시적일 뿐이다. 우리는 전시장을 나와 집으로 돌아가, 어제와 같이 저녁으로 무엇을 먹을지 고민하고, 집에 돌아가는 길에 지루해하며, 밤이 되면 잠을 잘 뿐이다.
욕망은 이렇게도 한시적이다. McCarthy의 박스를 앞에 있는 우리, 새로운 신발 상자 앞의 우리, 네모난 쇼 윈도우 앞에 서 있는 우리, 무엇이 다른가? 새 신발 상자를 열기 전에는 이것이 마치 새 삶을 선사해줄 것처럼 즐겁고 기쁘다가도, 이내 곧 시시해지고 만다. McCarthy의 박스와 우리들 또한 마찬가지다. 바로 앞에서 말했듯, 우리는 새로운 세계를 본 것처럼 놀라워하지만, 이는 곧 사그라지고 마는, 현대사회의 모든 새 상자 앞에 선 우리의 모습이다.
뮤움닷컴 : 독일 특파원 - 김근하 (2012년 8월 11일) 기사중일부
베를린 현대미술관 4면뜰에서 바라보는 주변풍경과 뜰에 설치된 조각품들
아래 그림은 미술관 투명 통유리에 반사되어 나타난 전면 풍경이다.
Paul McCarthy. "The Box"
미국작가인 Paul McCarthy(1945년 Salt Lake City 출생)는 도발적이며 종종 사회비판적인 설치작품과 퍼포먼스로 유명세를 얻었다. 그의 1960년대부터의 크기가 큰 모든 작품은 미국 사회의 ‘근본적 주제’에서 영감을 얻은 것이고, 아이러니, 그로테스크 그리고 분명히 제시된 것 뿐만 아니라 미디어와 물질의 복잡한 관계에 대해 묘사하기도 한다. 디즈니랜드, 만화, 할리우드, 미술사의 저당잡힌 작품들 등 그 무엇이 되었든 간에 McCarthy의 실질적이고 촘촘한, 그리고 적정량의 경계에서 계속되는 퍼포먼스는 개념미술, 액션 페인팅, 초현실주의, 미니멀리즘이 공간 안에서 연장된 것처럼 보여진다. 섬뜩함과 혼합된 공간, 가장의 순간들이 작가에 의해 만들어졌다. 거의 무대기술적인 공간-꼴라쥬, ‘The Box(1999)’라는 사실이 보여진다.
‘The Box’와 함께 Nationalgalerie는 Paul McCarthy의 중요한 작품 몇몇을 전시한다. 작가는 자신의 아뜰리에─창조력과 예술적 작품들의 장소─인 거대한 나무 박스를 건설했다. 밖에서 보면 단순히 운송박스처럼 아주 수수해 보이는, 이 설치는 깜짝 놀랄만한 다양함을 보여준다. 이는 작가가 초기부터 지금까지의 풍부한 작품에 대해서처럼 스스로에게 나무라는 것이다. 아뜰리에의 3000개에 달하는 오브제─탁자, 도구들, 공구들 또는 상자들─를 담은 ‘The Box’는 90도가 돌아가 있는데, 그리하여 이러한 비틀어짐을 통해 거의 초현실적인 공간 체험이 가능한 것이다. 이는 급진적인 작가의 행위와 결합되어, 창조 공간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열어준다.
뮤움닷컴 : 독일 특파원 - 김근하 (2012년 8월 11일) 기사중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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