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서지 못한 절간을 배회하는데
나지막하게 마음을 푹 가라앉히는 맞배지붕
사람인의 형상이 인생을 끌어당긴다.
.
툇마루에 가지런한 화분 몇 개는 창호 여닫이 캔버스 삼아
사유하라는 설득의 향을 피운다.
법접이 주춤거리는 향한 차양막의 동그라미는
흰옷 입은 아낙네의 바다를 향한 나풀나풀한 손 사위
기다림인지 이별인지 멋스러운 한이 날린다.
정갈하게 빚어 내린 검은 기와는 땡동거리고
새하야케 칠해진 회벽은 딩동거린다
침묵으로 연주하는 금단의 몸가짐
방황하는 발길에는 모래주머니가 무거워
푸른 하늘을 보며 바위에 포말처럼 하얀 노래를 부른다.
나직하게 메아리 허공에서 날개를 퍼드덕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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