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외편 잡기장 한구절

감히 수도자가 되었다 짓거리겠는가.190412-바르셀로나 몬세라트

나그네수복 2019. 12. 2. 08:31






몬세라트 산 온포레 기도처를 다녀오다.


얼른 떠 오르는 건 하나

가우디가 얻어낸 파밀리아 성당의 영감

거대한 돌기둥들이 비죽비죽 중첩된 환상의 실상.

하늘을 향한 채워지지 않는 가우디의 갈증.


오늘 나는 몬세라트의 수도자가 되었다.

검은 성모보다  아더왕의 성배 전설보다

더 귀한 수도자가 되어 산정을 걸었다.

바위틈에 자리했던 산 온포레 기도처를 찾아


절벽위의 십자가.

절해고도로 우뚝서서

기도하는 산미구엘 십자가도 뒤로하고

저 아래 절벽 몬세라트 수도원은 붙박이다


1500년대 유배의 전설이

전설의 흔적으로 남아

허물어져 삭막한 벽

온기없는 바위밑 옴팍굴속에 들어서서

내려다보이는 만천하의 절경을

바라보고 있는 나는

수도사를 흉내내는  관광객이었다.

어찌 이 광대한 자연앞에서

쉽게 쉽게 올라온 이 광명앞에서

차마 흔적으로 남겨진 신화가 되어

환영으로 떠도는 이 하늘아래

감히 수도자가 되었다 짓거리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