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편 잡기장 한구절

210925. 잠실 철교와 인도와 울타리와 새벽의 사연

나그네수복 2022. 3. 31. 06:25

 

잠실 철교와 인도와 울타리와 새벽의 사연

 

잠실 철교에 올라서면

처음부터 끝까지 두 길을 가르는 울타리가 있다.

저쪽 길을 달리는 전철은 언제나 속도가 무섭게 빠르다.

이쪽 길은 걷는 사람은 기껏 달려봐야 자전거 달리기이다.

다리를 건너는 출발 시각은 같아도 도달하는 시각은 몇 배나 차이다.

 

잠실철교에 올라서면

처음부터 끝까지 두 길을 가르는 울타리가 있다.

울타리는 공정한 심판관의 자세로 서로간의 간섭을 절대 금한다.

이 쪽 길을 걷는 사람은 느릿느릿 휘파람 불며 흘러가는 강물을 내려다본다.

저 쪽 길에 전철을 탄 사람은 빠르다 못해 틈이 없어 강물을 스쳐만 간다.

 

잠실 철교에 올라서면

처음부터 끝까지 두길은 만날 수 없는 평행선이다.

서로 간에 넘지 못할 금단의 선을 울타리가 확실하게 그었다.

저 쪽 길을 타고가는 사람들 이 쪽 길을 건너는 인생은 하나도 뵈는 게 없다.

이 쪽 길을 걷는 사람은 지나가는 열차를 힐끗힐끗 올려다보며 방만의 여유를 즐긴다.

 

잠실철교에 새벽에 올라서면 

곧바른 울타리가 있어 인생의 달리기를 가른다.

이 쪽 편과 저 쪽 편이 가지고 싶은 욕구를 확실힌 구분짓는다.

공정하게 다를 뿐 누가 더 잘난지는 절대로 관심이 없다.

새벽에 떠오르는 동틀 녘의 활기가 어둠의 적막을 깨트리고

저 건너 평화와 화합의 상징 올림픽대교 성화가 우뚝 서있고

새벽 기운은 샘 솟고 새벽녘의 햇살은 울타리를 깔끔하게 빛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