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 철교와 인도와 울타리와 새벽의 사연
잠실 철교에 올라서면
처음부터 끝까지 두 길을 가르는 울타리가 있다.
저쪽 길을 달리는 전철은 언제나 속도가 무섭게 빠르다.
이쪽 길은 걷는 사람은 기껏 달려봐야 자전거 달리기이다.
다리를 건너는 출발 시각은 같아도 도달하는 시각은 몇 배나 차이다.
잠실철교에 올라서면
처음부터 끝까지 두 길을 가르는 울타리가 있다.
울타리는 공정한 심판관의 자세로 서로간의 간섭을 절대 금한다.
이 쪽 길을 걷는 사람은 느릿느릿 휘파람 불며 흘러가는 강물을 내려다본다.
저 쪽 길에 전철을 탄 사람은 빠르다 못해 틈이 없어 강물을 스쳐만 간다.
잠실 철교에 올라서면
처음부터 끝까지 두길은 만날 수 없는 평행선이다.
서로 간에 넘지 못할 금단의 선을 울타리가 확실하게 그었다.
저 쪽 길을 타고가는 사람들 이 쪽 길을 건너는 인생은 하나도 뵈는 게 없다.
이 쪽 길을 걷는 사람은 지나가는 열차를 힐끗힐끗 올려다보며 방만의 여유를 즐긴다.
잠실철교에 새벽에 올라서면
곧바른 울타리가 있어 인생의 달리기를 가른다.
이 쪽 편과 저 쪽 편이 가지고 싶은 욕구를 확실힌 구분짓는다.
공정하게 다를 뿐 누가 더 잘난지는 절대로 관심이 없다.
새벽에 떠오르는 동틀 녘의 활기가 어둠의 적막을 깨트리고
저 건너 평화와 화합의 상징 올림픽대교 성화가 우뚝 서있고
새벽 기운은 샘 솟고 새벽녘의 햇살은 울타리를 깔끔하게 빛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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