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테온 이천 년의 세월에 동참해보니
만인을 품에 안아주며 이천 년의 온갖 풍상을 겪었다.
만신은 좌정하여 역사속의 기원과 아픔을 다듬어 주었다.
속세가 아무리 복잡해도 위로와 기도뿐 순박한 몸가짐.
텅 빈 공간과 천구는 놀란 가슴 쓸어주는 어머니의 손길이었다.
베드로 성당에 내장 같은 청동들을 다 빼앗겼어도
몇 번이고 불타는 시련을 겪었어도
만신은 제거되고 여호와로 바뀌는 서러움을 겪었어도
이천 년 동안 제자리를 지키는 청동문은 마음을 가다듬는 경건이었다.
기둥이라곤 하나도 없다.
창문이라곤 하나도 없다.
중앙에는 빗물받이 사각과 원형의 중첩 대리석이 금줄로 둘러있고
구멍이라곤 천정에 뚤린 동그란 태양.
파란 하늘에서 텅빈 허고으로 쏟아내는 빛과 그림자
이상한 외계인 하나 천정을 슬슬 기어 다닌다.
텅 빈 공간에서 사람들은 우왕좌왕 신전을 헤매고
더러는 의자에 앉아 제사와 번죄의 연기 대신 기도와 휴식을 기다린다.
만신들의 자리는 네모나게 비어있어 씁쓸한데도
유일신의 동상들은 원을 따라 줄지어서 숭배를 강요한다.
만신전의 품 안에 들어서서 잠시 생각하려니
나는 시간 속에 가두어진 나 자신을 알고 있는가?
나는 시공간 속에 던져진 나 자신을 알지 못한다.
내가 나를 모르는데 어찌 산다는 걸 알겠는가?
아무리 천륜이 이끌었다 할지라도 외로운 건 나 자신이란다.
이천 년의 세월 속에 들어서 보니
쿠폴라인 천구와 반구 속에 던져진 나는 쓸쓸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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