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외편 잡기장 한구절

170809. 아프게 하고 세월을 그럴듯 조각상에 칠했겠다.

나그네수복 2021. 12. 10. 07:34

 

보카치오 마을의 고샅에 서서

 

청동을 향해 몰아치는 비바람은 세월을 녹여내는 녹으로 변한다.

검푸르딩딩하게 신화속에 젖어들고 흘러내리는 얼룩은 역사속으로 헤맨다

보카치오 동네 고샅에 설치된 청동 조각상은 퇴락해가는 마을을 더욱 질리게 한다.

들어나지 않게 낮은 자세로 구경꾼을 맞이하는 구경하거나 말거나 

화려하지도 않는데 자랑스럽지도 않은 쓸쓸한 체르탈도의 분위기를 너무 닮았다.

사람이 나무로 변하는 신화는 거부할 수 없는 운명을 극복하려는 막다른 저항

악기를 뒤로 감추고 하늘을 향해 미풍에 휘날리는 머리카락을 가진 바람속의 소녀

이집트의 피라미드에 그려진 공주님을 닮은 목이 긴 여인들

깊은 묵상에 잠긴 두상앞에서 아이들은 뛰어놀고 어른들은 수다를 떨었겠다.

그동안 하시절은 조각들을 뜨겁게 차갑게 아프게 하고 세월을 그럴듯 조각상에 칠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