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외편 잡기장 한구절

우중충한 날 광륭사의 뜨락에 서서-일본 교토

나그네수복 2022. 4. 29. 04:25

 

 

우중충한 날 광륭사의 뜨락에 서서

 

촉촉한 이슬비의 습기에 젖은 광륭사

오늘따라 반가상은 어둠에 갇혀있고

한적한 뜨락에는 내 발걸음 고적한데

고목의 가지 아래 잠시 멈춰 해탈을 본다.

 

무얼 향해 뻗었는가 저 늙은 가지는

희로애락 생로병사 고해성사 돌아본다

어딜 향해 뻗었는가 쉰내 나는 저 가지는

욕망과 꿈 집착 충동 울퉁불퉁 좌충우돌

 

몰려오는 삶과 죽음 덮어쓰는 이불자락

어둠 속의 꿈에 잡는 한 움큼의 진흙이라

틈 사이로 삐질 삐질 미꾸라지 도망간다

주먹에는 빈 허탈의 느낌만이 간질간질

 

새 한 마리 우연하게 창문으로 날아들어

방안에 갇혀있어 나갈 길을 못 찾는다.

이리저리 날아봐도 들어온 길 못 찾더니

지쳐버려  책상 아래 웅크리고 눈만 껌벅

 

인생은 새 한 마리,

휘고 꼬는 고목 가지 거처삼아 사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