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중충한 날 광륭사의 뜨락에 서서
촉촉한 이슬비의 습기에 젖은 광륭사
오늘따라 반가상은 어둠에 갇혀있고
한적한 뜨락에는 내 발걸음 고적한데
고목의 가지 아래 잠시 멈춰 해탈을 본다.
무얼 향해 뻗었는가 저 늙은 가지는
희로애락 생로병사 고해성사 돌아본다
어딜 향해 뻗었는가 쉰내 나는 저 가지는
욕망과 꿈 집착 충동 울퉁불퉁 좌충우돌
몰려오는 삶과 죽음 덮어쓰는 이불자락
어둠 속의 꿈에 잡는 한 움큼의 진흙이라
틈 사이로 삐질 삐질 미꾸라지 도망간다
주먹에는 빈 허탈의 느낌만이 간질간질
새 한 마리 우연하게 창문으로 날아들어
방안에 갇혀있어 나갈 길을 못 찾는다.
이리저리 날아봐도 들어온 길 못 찾더니
지쳐버려 책상 아래 웅크리고 눈만 껌벅
인생은 새 한 마리,
휘고 꼬는 고목 가지 거처삼아 사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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