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곡동 서울식물원에서
갓 태어난 아기마냥 풋내가 서투른
한창가는 마당길을 물따라 건너면서 먼날의 미소를 짓는다.
임시개장이라 손짓하는 서울보타닉은
얕고 맑고 넓은 물터 끼고 낮은 등성이에 옴팍하게 올라있다.
얌전을 천생으로 태어났다.
한바퀴 휘적거리는 느린 걸음 마다 마다에
한 자리 차지한채 숨만 쉬어야하는 딱한 생명들이
온갖 엉클어져 품어내는 열기와 사랑을 나눈다.
철골들이 야무지게 가두어버린 천정에는
햇볕만이 자랑스레 흔적도 없이 어둠을 숨겨버린다.
스카이워크에서 내려다보는 연못에는
철골의 그림자가 동동거리는 연꽃잎과 한 그림되었다.
어디서 부터인지 동심원은 잔 떨림으로 퍼지고있었다.
잔잔거림은 꼭 들어보고 싶은 섬세한 울림이다.
어떤 소리가 딩딩거릴 것 같은 악기같은 뜬구름이다.
길목에는 고기인듯 짐승인듯 땡그란 고기눈 가진 놈이
바위위에 터잡고 머리를 쫑긋 내밀었다.
식물원엔 헝클어진 다툼속에서는 뷰포인트 잡기 참힘들다.
찍어도 찍어도 심플한 곳 포인트가 없었다.
그나마 이 걸 보고 한장면 잡아보리다.
오늘 한마디-글쓰기는 진실을 보려는 벌거벗은 몸과의 의도적인 만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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