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외편 잡기장 한구절
잿빛회색뿐이다.L.A 180914 새벽길 동네공원을 돌아보며
나그네수복
2020. 10. 30. 13:48
이른 새벽 인적은 없다.
낮은 포복을 하듯 납작 기어든 싸구려같은 각진 주택들은
널따란 하늘아래 딱장벌레처럼 대지에 딱 들러붙었다.
가끔은 커다란 덩치값도 못하는 키만 멀뚱한 수목들이
생기없는 이파리들을 삐쭉거리고 아니면 말라가는 죽을색이다.
동네공원 인적이 없다.
잿빛이나 검은색 수분재들이 일그러진 꽃들에겐 맥없이 강팍하고
낡은 그네 두덩이는 아침햇볕에 움직임 없는 그림자이다.
녹쓸어버린 그릴하나 마주한 철제의자 차가움만을 시샘하고
어슬렁거리는 큰 개 한마리는 언제라도 달려들듯 두려움이었다.
로스안젤레스 변두리 동네공원은 산책도 없고 생기도 없고
인간도 없고 나도 없어서 한결같이 어스럼한 잿빛회색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