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외편 잡기장 한구절
170808. 한낱 인간 이어라는 소소함이 얼굴을 간질인다.
나그네수복
2021. 12. 21. 07:23
산타 마리아 노벨라 성당을 입장하면서
넓은 광장은 사람을 감싸 않는 넉넉하고 포근한 품이다.
성당 앞 광장은 널찍했고 곤고한 떠돌이에게는 성당 전면을 느긋하게 앉아 바라볼 수 있는 꽃밭이 있었다.
성당의 얼굴은 자와 콤파스 각도기 연필이 떠오르는 도형으로 그려진 단정하고 우아한 도안이었다.
직선과 원과 반원 삼각형 사각형 흰색과 초록색으로 간단간단 채워진 파사드는 대리석의 체취 그대로였다
꽃밭을 등에지고 묵묵히 서서 바라보는 나그네는 산속 한줄기 청량한 개울물에 젖는다.
최초의 소실점이라는 그림이 이곳에 있다 하니 이젠 들어가 봐야지 정문으로 향하는 걸음은 느리다.
정문은 정문이 아니었다. 닫힌 문이 열리는지 의문은 지금도 엉뚱하다.
약간의 당황과 실망의 발걸음은 르네상스 담장의 측면을 따라 르네상스처럼 걷는다.
돌아서는 길모퉁이에는 역시 황토빛 르네상스가 줄지어 있다.
아래로는 수 많은 문장들이 경비를 서고 위로는 반원의 아취들이 투박한 방어의 모습으로 위압을 준다
빠꼼이 들어서는 곁문을 들어서서야 표는 내 앞에 놓이고 성당은 옆구리를 들추고 돌아오시라
나그네는 정문을 들어서려는 당당함은 금방 사라지고 너는 한낱 인간 이어라는 소소함이 얼굴을 간질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