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외편 잡기장 한구절

170809. 공기와 함께 온몸으로 빨아드리고 있었다. -보카치오 골목에서

나그네수복 2021. 12. 22. 06:59

 

 

보카치오 거리의 젤라토 가게에서

 

보카치오의 거리에는 여늬 관광지처럼 흥청거림이 없다.

고즈넉하다기에는 동네사람 한 사람도 보이지 않는 유령의 거리였다.

나와 부인과 딸만이 지중해의 태양을 즐기며 산바람을 기다리는 걸음소리만 있었다.

가게라곤 몇개 기념품 카페 등 그마저 밀폐된 공간에 닫힌문이 방문객을 망설이게 한다.

적벽 색 벽돌만이 방패막이처럼 철벽인 길쭉한 거리는 퇴락하는 적막의 흐름이다.

아무런 사람에 대한 기대도 없어진 작열하는 태양빛 아래 갈증과 더위가 덮친다.

문닫힌 젤라토 가게는 내부의 분위기를 예고받으면서 삐걱거리는 문을 힘들여 밀었다

반전 대박

토방치듯이 이층으로 구성된 홀에는 어린이들이 뛰어다니고 어른들도 여기저기 자리를 잡았다

소란스러운 사람의 소리들이 풍족하게 넓고 높은 홀을 춤추며 흘러 다니고

사람들의 움직임들이 부산하게 활기를 그림자로 시원한 냉기를 몸속으로 넘기고 있었다.

반가웠지만 이상한 풍경  없었든 사람들이 다 여기에 숨어들었나? 어디서 나왔지?

달콤하고 시원한 젤라토의 색색들이 제대로 그 가치를 튕겨내는 여름 한나절

실소와 낯설음을 한 손에 들고 한 입 베어 먹는 입술 넘어 혓바닥에는 달콤이 녹아내리고

보카치오와 데카메론의 체취를 이 골목의 공기와 함께 온몸으로 빨아드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