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편 잡기장 한구절

211222. 몽촌 토성길을 걷다보면 보이리다.

나그네수복 2022. 7. 26. 05:44

 

 

몽촌 토성길을 걷다보면 보이리다.

 

저만치 아래로 보이는 빈 의자 

누군가 앉기 전에 나를 먼저 앉혀보시게 

아마도 그대를 향한 따뜻한 햇살이 

낙엽처럼 흩날리는 마음을 쓰다듬어 줄 거요

 

언덕 따라 솟아오른 길쭉한 칠지도

계단을 한 발 한 발 올라보시게 

되돌아 서면 지나온 길 그림 흔적 없이 사라지고

가을 잔디 누런 잔디 까치 한 마리 그대의 친구 라오

 

나목이야 메마른 가지 뚝뚝 부러져도

젊을 적엔 당연지사 마음 쓸 것이 없었건만

이제 나도 나목 되니 동병상린 갸륵하고 아쉬워

새삼 누런 잔디에 검은 가지 앙상한 건 측은지심 이라오

 

토성길 거닐다가 사철 푸른 나무 대나무 

보이거들랑 푸른 마음을 지긋이 눈에 담으시게

홀로 푸르자니 세상살이 눈에 띄어 시샘 반긴 눈총들

덩그러니 홀로 푸르러서 아픈 청춘 겨울 내내 더 아프다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