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편 잡기장 한구절

211105. 낙엽이 지천인 어느 가을 아침에

나그네수복 2022. 5. 29. 10:02

 

 

 

낙엽이 지천인 어느 가을 아침에

 

헤아릴 수 없다는 말은 서수가 아니다.

그냥 보인다.

모래알도 낙엽도 사람도 그렇다.

그래도 시작은 하나부터이다.

 

사람의 마음은 무게를 알 수가 없다

그냥 느낄 뿐이다.

내 마음이 그렇고 너와 사람들의 마음이 그렇다

너와 나의 시작은 마음이다.

 

수 없이 쇠락해 가는 낙엽 앞에서 

삶의 기운이 팔팔 거리던 어린아이 춤춘다 

철 지난여름을 호주머니에서 탈탈 털어 뒤집어낸다.

쓸쓸해진다.

새들은 모여들어 재잘거리고 바람은 스치가며 다독이는데

 

낙엽을 보며 마음을 거울에 넣어본다.

영화속 허상같은 칠십 년인데 

어느덧 낙엽의 그늘에서 하얗게 변색을 한다. 

낙엽이 안타까운 것은 마음에 수염이 나서이다.

 

나로부터 시작된 마음이건만

늦가을 낙엽을 보고는 서글프게도 공허뿐이다.

무엇이며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 건지

낙엽처럼 왔다가 사라지는 것들만 보이는 건지

보다 보면 그도 저도 아닌 것이 보는 것조차 이제는 없어지는걸

 

이 아침에 낙엽은 마음을 만들고 마음은 낙엽처럼 무너졌다고 노래하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