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편 잡기장 한구절
211102. 가을의 분위기를 카메라는 남김없이 기록한다.
나그네수복
2022. 4. 20. 06:45
가을의 분위기를 카메라는 남김없이 기록한다.
하늘을 보니 잎은 정기를 잃어버리고 메마른 채로 대롱거린다
절반은 나락으로 향했고 그나마 남은 잎들은 바람에 나풀나풀
나비는 날다가 지쳐서 날개짓을 멈추고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없는 모습 아그리젠토의 신들의 계곡으로
크레타섬의 미로의 궁전에서 일어난 비극으로 남으리라.
내려다보니 갈라선 보행로와 자전거 길에 낙엽은 애절하게 떠돈다
길은 약간의 곡선으로 기울어지는데
정적 속에 굴렁쇠가 동글동글
소년은 발자욱 소리도 없이 굴러가는 소리를 만들고
선을 따라 적막한 고요가 흐르고 두려움은 숨을 죽이고 암흑 속으로
이내 앞도 없고 뒤도 없고 그림자도 없어지는 공허만이 남으리라
앞을 보니 외톨이 은행나무 하늘 향해 외뿔처럼 외롭다.
몇 장 달랑거리는 달력의 그림처럼 노란색으로 예쁘게 치장했어도
동그라미 데크 속에 갇힌 메아리는 동심원을 벗지 못하고
가다가 앞산에 막히고 오다가 뒷산에 막히고 부딪히며 소용돌이로
몸부림치며 스스로를 채찍질하다 끝내는 상처까지 없어지리다
두툼한 기둥 뒤에 숨지도 못하고 들어내는 자태는 한적하다.
강아지들 팔딱거리는 잔디밭에 견주들은 앉고 서고 지켜보아도
저물어가는 어둠 따라 쌓여만 가는 가을들의 서글품
수북이 쌓인 낙엽 속에 새들의 사연들도 해님의 보살핌도 무덤으로
카메라에 우수수 잠겨 든다 허상이다 무어냐 실상이다 무어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