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편 잡기장 한구절
211008. 석촌 호수가 생겨난 오늘의 이유는?
나그네수복
2022. 4. 12. 07:02
석촌 호수가 생겨난 오늘의 이유는?
배는 떠있는데 좌대에 올라앉혀 움직일 수가 없다..
역사는 어느 곳에나 머무는데 시간은 한강처럼 흘러가 버렸다.
눈앞에 늘어선 고층 건물들은 잔 물결에 흔들리는 반영을 거느렸다.
호수에 놓인 배들은 열몇 척의 황갈색을 빗대어 그림으로 백제를 살린다.
커다란 하나의 에드벌룬이 실 같은 줄에 매달려 백제의 중력을 시험 중이다.
송파나루는 엉뚱하게도 땅속을 기어가는 두더쥐 9호선의 지하철 역이다.
잠실나루는 성안에 성내가 가면을 쓴 2호선의 생때같은 억지이다.
뗏목들 흘러들고 두물 거리에서 맴돌다 송파나루 지하철로 모였다.
한강을 가로로 재단질하고 세로로 가위질하고
호수라는 이름을 주어 녹일 수 없는 절대 온도의 냉매로 백제를 얼려버렸다.
한 척당 두 개씩이나 돛대를 달았어도 바람은 냉랭하여 차도남이다.
일렁이는 흥취도 없고 구역질도 일지 않는다.
애드벌룬을 떠 올라도 백제는 더 높이는 나르지 못하고
황갈색 배들을 띄워도 백제였던 한강은 더 이상 흐르지 않는다.
몽촌토성 한성백제 송파나루 석촌호수 올림픽공원을 뭉뚱그려서
그리움과 회환과 반가움과 내력을 역사가 읊조리고 조아리는 곳은 송파
21세기 당당하게 건방진 롯데타워 자부심 앞 한 모퉁이에서
석촌호수는 백제를 품에 안고서 십 여척의 배를 띄워서
분홍빛 얼굴을 수줍은듯 살짝 내어 밀었다.
"나 여기 있다" 오늘의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