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편 잡기장 한구절

210915. 잠실대교 남단 휘도는 교각 아래 박제된 병졸들이 있다.

나그네수복 2022. 3. 27. 06:20

 

 

잠실대교 남단 휘도는 교각 아래 박제된 병졸들이 있다.

 

쉼터였을까?

보금자리였을까?

잠실대교 휘돌아가는 교각 아래 나신의 플라스틱들

병졸처럼 나목처럼 앙상하게 일렬로 붙박이다.

뭘까? 왜지? 궁리를 준다.

 

새들이 날개 접기 딱 좋은 터에

교각을 짓는 사람들은 새를 향한 어떤 혐오가 있어 

쇠를 삭는 배설물이 두려워선가

애증의 차가운 냉정함이 파란색 배경 위에 흐느적거린다.

 

그 아래 엉클어지는 잡초는 엉키덩키 무성한데

키보다 높은 곳에 철판 위 병졸들은 

쉼터 보금자리에 박제되어 부동의 제자리다.

위와 아래 변한다는 것과 변하지 않는다는 것은 모순의 꼭지이다

 

쉼터일까?

보금자리일까?

생기 없는 플라스틱 조각들 날카롭게 치솟아 새들은 멀리 날고

봄 여름 가을 겨울 잡초들의 생로병사 빤히 내려다보이는데

부러울까? 안도일까? 서로를 바라보며

애증의 차가운 냉정함이 키만큼의 공간을 두고 흐느적거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