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편 잡기장 한구절

210818. 모든 것을 가졌든 솔로몬이 죽으면서 남긴 말이라고.

나그네수복 2022. 3. 11. 06:15

 

한강과 노을과 다리

 

암병동에서 내려다보는 한강은 하루하루가 별천지이다.

어제 느껴본 하루의 순간은 침묵하는 원망이었다면 

그제 겪은 하루의 순간은 환호하는 깃발 투성이었고

오늘의  하루의 이 시간은 경탄의 기적을 기다리는 기다림이다.

휴대폰 카메라는 최적의 노을 순간을 노리는 굶주린 호랑이

하늘과 땅과 물과 다리를 향해 전신을 날리려는 부릅뜬 눈이다.

눈에는 혹여 놓칠까 봐 먹이를 낚아채려는 음모가 꿈틀거린다.

교각은 의젓하게 전혀 꼼짝거리지도 않고 

강물은 잔잔하게 노을빛의 거울이 되어 가식 없이 반짝거린다.

흐리멍덩한 구름만이 변화무쌍 이리 숨고 저리 내밀고 햇살과 장난 중이다.

남산은 금방 누어버릴 태양의 좌표가 되어 서울 탑의 기치를 높이 들었다.

노을과 남산과 교각과 물과  최적의 하모니 그림 되려나?

기다림의 보람도 없이 해는 남산 넘어로 순식간에 숨어들었다.

하모니도 먹이도 음모도 모두가 남산으로 따라 들었다.

제풀에 쓰러진 낙망의 한숨. 긴장도 기다림도 모두 허망이었다.

암병동의 어떤 이는 말하더라.

-헛되고 헛되며 헛되고 헛되니 모든 것이 헛되도다-

모든 것을 가졌든 솔로몬이 저승길에 남긴 말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