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편 잡기장 한구절
210802. 오늘도 하루는 블랙홀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나그네수복
2022. 3. 9. 05:11
흐린 날의 암병동 복도 끝 창문에서 물끄러미
암병동 복도 끝 창문에는 보이지 않는 게 참 많다.
창문 앞에 늘어 선 환자들의 하얀 옷차림은
심판의 칼날을 기다리는 맥 빠진 포로들이다.
브레이크 손잡이에 의지하여 8층 낭떠러지에 대기 중인 휠체어.
주렁주렁 아래쪽 배 늘어진 혈관 줄 오줌 줄 치렁거리지만
한강물은 흔들림 없이 유유자적이다.
벼랑 위에 선 사람들은 예수가 헤매든 광야를 찾아들었다.
말씀이 아니라 오직 생명으로만 살 수 있을지니라.
석가의 생로병사의 열쇠를 찾아 헤메이는 고행길도 숨바꼭질이다.
환영일 뿐 모두가 일도 없는 허무라든가?
술레가 되어 머리카락 찾아서 막다른 골목길에 다가섰지만
범접을 허락지 않는 삶의 장벽은 철벽이었다
강변에 열을 지어 서있는 가로수들도 날씨가 칠해낸 회색빛이다.
물과 다리와 건물들은 정적 속에서 꿈쩍도 않는다.
창문 밖 풍경은 금방이라도 쏟아질듯한 어둠의 구름빛,
투명 인간들이 갈구하는 몸짓들은 속세의 고통에서 구구절절이다.
휴대폰에서 계산기의 소리가 울려 나오고 환영들의 대답들은 메아리가 없다.
창밖의 회색빛은 허우적거리는 바다가 되어 바닥 없는 수렁이다.
오늘도 하루는 블랙홀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