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편 잡기장 한구절

210710. 한바구니 콩알에 두 바구니 콩깍지가 즐거운 날

나그네수복 2022. 3. 5. 06:29

 

호랑이콩 수확기

 

콩깍지는 깐 콩깍지인가 안 깐 콩깍지.

깐 콩깍지면 어떻고 안 깐 콩깍지면 어떠냐'

깐 콩깍지나 안 깐 콩깍지나 콩깍지는 다 콩깍지.

 

호랑이콩 한됫박에 일금 팔천 원

장바닥 한 귀퉁이 자리 잡은 구부정한 할머니

 

엄벙덤벙 어수선하게 그물망 엮어놓고

기둥 따라 듬성듬성 호랑이콩 서너 개 흙으로 덮어준다

더듬이 손 솟아나 쳐질세라 다투더니

비바람 한철 격어내곤 꼬투리 주렁주렁

 

내 눈에는 콩깍지가 씌웠다.

보이는 건 콩깍지와 콩알뿐

한 바구니 호랑이콩 쌓인 꼬투리가 한아름 가슴을 넘나 든다.

꼬투리 무늬는 각양각색 왜 이렇게 예쁘다니?

보이는 건 모두가 호랑이 가죽 무늬뿐이구나.

풍족 만족 채워주니 콩알 한 알 한 알이 희열의 순간이다. 

 

껌정한 깡 보리밥에 보들보들 콩 살은

그 감칠맛에 먹어버리기 아까워서

밥 먹으며 혓바닥 굴려 오붓이 따로 모아

한 알 한알 씹는 즐거움은 내 나이 아홉 열

국어책 읽기 시간 콩깍지도 더듬어본다.

 

오늘은 콩깍지가 씌워서 콩깍지만 보이는 날

한바구니 콩알에 두 바구니 콩깍지가 즐거운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