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외편 잡기장 한구절

201804099 크레타 이라클리온 항에서 산토리니행 페리를 타고

나그네수복 2021. 1. 6. 09:38

 

크레타 섬을 떠나는 날 

산토리니를 향하는 페리호의 뱃전에서 이라클리온 항구를 뒷전에 두고

밀려드는 바닷바람에 아쉬움이 꼬리를 길게 늘어뜨린다

통통거리는 배 한 척이 잽싸게 가는 길을 앞질러 슁슁거리고

옹기종기 하역크레인은 잘 가라 손 흔들며 배웅하는 가족들 닮았다.

그리스 신화 억센 줄기 뿌리는 누가 뭐래도 서구 사상의 거대한 그루터기

제우스와 미노스 미케네 피카소와 헨리무어도 한 통속인 듯

원형질은 반짝거리는 보석 한 방울 말없이 가슴에 손을 모으고 하늘을 우러러보고 

지중해 바다 위에서 흔들거리는 크레타섬은 일상으로 무장을 하고

멀어져 가는 신기루처럼 시야에서 무대의 커튼 뒤로 덮여만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