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편 잡기장 한구절
200915. 사라져도 울려라. 한을 멀리 멀리 날려라.-아라 뱃길 걸으며
나그네수복
2022. 1. 2. 06:31
아라뱃길의 전봇대와 물그림자
일획휘지 여운으로 그어대는 붓끝이 번득인다.
바람 따라 물결 따라 트레믈로의 떨림이 물 위에서 춤을 춘다.
하얀 전봇대는 곧 바르게 부동 이건만 물그림자는 이지러지고
악보 위에 콩나물처럼 오락가락 꼬리를 흔든다.
프리마돈나 수미의 판타지아 끝없는 떨림이 이랬을까?
추사 선생님은 늙은 아이 깊고 깊은 붓끝이랄까?
한 맺힌 징소리의 한바탕 떨림이 운다
상여소리 구슬픈 이별의 소리 울림이 떤다.
플라톤은 이데아의 그림자라 했던가.
천상병은 즐거운 소풍길이라 했던가
나그네는 어둠 속에 사라질 물그림자 바라보며
고희다운 기쁨과 슬픔을 저울질한다.
내일 아침 해 뜨면 또다시 물그림자 흔들리며 떨고 있겠지
삶은 떨고 울고 웃고 울림 있는 소풍놀이 한바탕이다.
징소리 울려라. 사라져도 울려라. 한을 멀리멀리 날려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