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편 잡기장 한구절
200716. 위로의 속삭임을 오며 가며 건네기도 한다.
나그네수복
2021. 12. 11. 06:05







505동 손잘린 고목들을 보며
내가 사는 잠실주공 아파트 지은지 45년이 넘었다
내가 사는 505 동 앞에 포진하듯 행렬로 늘어선 프라타나스
입주할 때 심어졌으니 45년 나이가 넘었으면 넘었겠다.
몸체는 15층 아파트에 뒤질세라 거목이자 고목으로 자랐고
연륜을 튀어내는듯 검은색 각질을 거친 주름으로 질펀거린다
가지는 울창하여도 사람들은 자랄때마나 쳐내버려 몸통만 주욱 하늘로 솟아올랐다
멀대같은 몸뚱이에 대가리에만 가지들이 달린 우수꽝스러운 꼴로 자랐다.
어느날 보니 온통 그 가지들 마져 무자비하게 잘려나가고
거대한 몸뚱이만 뽄때없이 댕그렁거린다.
사연인즉슨 세월따라 늘어난 차들을 주체할 수가 없는데
그나마 나무밑은 여름에 햇볕을 피할 수 있는 주차공간이라 경쟁이 심했던곳
문제는 나무에 벌레들이 희뜩희뜩 떨어트린 배설물들을 피할 수 없어 차가 더러워지고
비들기 참새 까치들은 시도 때도 없이 드나들어 그 오물 또한 감당이 어렵자
죄없는 고목들이 원망의 대상이 되고 결국에는 가지들이 잘리는 형을 받았다
올려다 볼때마다 안쓰럽기도 하고 우습기도 하고 공허하기도 한 자태가
늙어가는 우리네 몸뚱이를 닮은 것 같기도 해서 위로의 속삭임을 오며가며 건네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