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편 잡기장 한구절

200403. 새 봄을 열어내려 안깐 힘 낑낑대며 기를 쓰고 물 오른다.

나그네수복 2021. 10. 18. 07:11

 

벚꽃을 노래하는 마음.

 

뜨겁게 타오르는 불꽃만이 빛나는 게 아니다.

만발한 벗꽃송이도 빛을 내며 불꽃처럼 타오른다.

밤하늘에 터지는 폭죽만이 놀라운 게 아니다.

사월의 봄날 온통 망울 터트린 벗꽃은 계절을 터트린다.

알래스카에 번득이는 오로라만이 호화로운 게 아니다.

겨울을 닫아버리고 화려한 흰색으로 춤추는 벚꽃 무리 더 사치스럽다.

 

광주에서 교대를 다니던 시절

4.19 기념식 공원에 갔다가 한모퉁이에 

피어버린 벗꽃의 자태가 너무도 생명 가득한 화사에 놀래

두어 줄기 꺾어다가 자취집 꽃병에 꽂아 놓고 마냥 즐거웠었지.

푸른 청청 보리밭 사이 문화동 학교길로는 잃어버린 계절이었어.

 

시커먼 고목 팔 끝 늘어진 가지 마디에 

발등까지 간지르듯 펄럭이는 꽃 이파리 따라 아이는 팔짝거리고

꽃향기 취한 사랑 정담 잔디밭에 흩뿌리고 

깔개에서 벌떡 일어나 놓질세라 귀여움에 카메라를 향하더라.

거친 틈새로 연초록 새싹들이 쫑긋쫑긋 연륜을 비켜내고

새 봄을 열어내려 안깐 힘 낑낑대며 기를 쓰고 물 오른다.